반지하 월세 내면서 폐지 줍는 이웃 할아버지
👴 할아버지 ·
얘기 꺼내기가 좀 어색한데 요즘 우리 동네 반지하 골목에서 자주 보이는 할아버지 얘기예요.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자꾸 눈에 띄더라고요. 매일 새벽 일찍 나와서 폐지랑 캔을 줍고 계시는데, 우리 집도 반지하라 옆에서 짐이 자꾸 쌓여있거든요.
우리 집 월세가 38만 원인데 그것도 버겁다고 느껴지는 요즘, 그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아가시는지 생각해보게 돼요. 이 동네 반지하들 평균 월세가 35~45만 원대인데 할아버지는 폐지를 줍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연금이 많지 않다는 뜻이겠지. 지난달에는 우리 집 앞에 냉장고랑 선풍기가 버려져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그걸 분해해서 가져가셨어요. 나중에 동네 수리점 아저씨한테 들었는데 그런 것들 팔면 몇천 원 정도 된다더라고.
근데 신기한 게, 우리 동네 편의점 아저씨(GS25인데 반지하 골목 입구에 있음)가 할아버지한테 꽤 잘해주는 것 같아요. 저랑 집사람이 장을 보러 가다 보니 몇 번 봤거든요. 할아버지가 캔 몇 개 들고 들어가면 편의점 아저씨가 "할아버지 어제 추운데 괜찮으셨어?" 이러면서 계산할 때 가격을 깎아주는 건 아니고 물을 안 받으신다든지, 때론 남은 김밥이나 주먹밥을 챙겨주시더라고. 그 정도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한 끼 포기해야 할 입장에서는 정말 크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우리도 비슷한 처지잖아요. 월세 내고 나면 통장에 별로 안 남고, 밥을 해먹을까 라면을 끓일까 이 정도 고민을 자주 해요. 그래서 더 그 할아버지가 눈에 띄는 거고, 편의점 아저씨 행동이 좋아 보이는 거 같아. 우리 동네 편의점이 특별히 비싼 것도 아니고 평범한데, 그래도 아저씨가 그렇게 챙겨주시는 건 자기도 비슷한 처지를 아셨기 때문일 거 같거든요.
요즘 월세 내기가 점점 힘들어지니까 혹시 다음엔 내가 그 할아버지 입장이 될까봐 무섭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자기 동네 작은 가게 아저씨나 아줌마들한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느껴요. 작은 배려가 정말 누군가의 끼니가 될 수 있으니까. 혹시 비슷한 동네 사시는 분들 있으면 주변에 그런 분들 한두 번 챙겨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