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월급으로 18,910원 치킨세트 사먹고 느낀 것들
🏢 9급이 ·
어제 롯데온에서 BHC 뿌링클 세트가 18,910원에 떴길래 홀린 듯이 질렀어 ㅋㅋ 사무실에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시킨 건데, 사실 가격이 너무 괜찮아서 안 지를 수가 없었지 뭐야. 요즘 치킨 한 마리에 2만원은 기본이고, 배달비까지 생각하면 거의 3만원 가까이 나오잖아. 근데 뿌링클에 1.5리터 콜라까지 해서 18,910원이라니, 이건 진짜 놓치면 후회할 딜이었어.
근데 막상 받아보니까 양이 진짜 괜찮더라? 뿌링클 한 마리에 콜라 1.5L면 점심값으로는 뭐 할 말 없지. 보통 점심에 국밥 한 그릇 먹어도 9천원~1만원은 기본이고, 좀 괜찮은 거 먹으려면 1만 5천원은 훌쩍 넘어가는데, 이 정도 구성에 1만 8천원대면 가성비 최강 아니겠어? 점심시간에 동료들이랑 같이 나눠 먹었는데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디서 시켰냐고 난리도 아니었어. 덕분에 어깨 으쓱으쓱 했지 뭐 ㅋㅋ
근데 이게 왠지 모르게 슬프더라고 ㅠㅠ 내가 9급 첫 월급 받고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치킨세트 가격이 신경 쓰여서 계산기 두드려보고 있더라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가? 내 월급 생각하면 너무 비싼 건 아닌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씁쓸하기도 하고. 물론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연차가 쌓였는데도 여전히 이런 소소한 지출에 신경 쓰는 내 모습이 좀 그랬어. 언제쯤이면 가격표 안 보고 맘 편히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어제 민원인이 진짜 길게 붙어있어서 연가도 못 쓰고 점심도 대충 먹었거든. 아침부터 진이 다 빠져서 점심때는 뭘 먹어도 시원찮을 것 같았는데, 마침 이렇게 괜찮은 딜이 떴으니 이 정도면 나한테 주는 보상이다 싶었어. 매일 점심시간에 구내식당 밥 먹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다가 오랜만에 치킨 먹으니까 너무 행복하더라.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기분? 역시 사람은 맛있는 걸 먹어야 사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이런 걸로 스트레스 푸는 내 처지가 웃기기도 하고 ㅋㅋㅋ
다음 순환보직이 언제일까... 지금 부서도 나름 적응해서 괜찮은데, 또 다른 부서로 가면 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게 좀 막막하긴 해. 새로운 업무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 맺고, 새로운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 그래도 그때쯤엔 호봉이 쫌 올라있겠지? 월급도 좀 더 오르고, 내 지갑 사정도 좀 더 여유로워져서 이런 치킨세트 가격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면 진짜 비싼 오마카세 같은 거 한 번 플렉스 해봐야지! 그때까지는 소소한 치킨 플렉스로 만족해야 할 듯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