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가는길에 편의점 도시락 싸먹는 나
🛒 마트이모 ·
어제는 진짜 오랜만에 연등회 구경 가려고 잔뜩 기대하고 나섰거든. 근데 이게 웬걸, 평소에 운동 1도 안 하던 몸으로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녔더니 저녁때쯤 되니까 다리가 완전 너덜너덜해진 거야. 진짜 이러다 다리 못 쓸 지경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긴 아쉽잖아? 아픈 다리 겨우 이끌고 연등회 행사장 근처 편의점으로 털레털레 들어갔지. 뭐라도 먹고 힘내서 구경해야겠다 싶어서.
근데 내가 또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이잖아? 직업병인지 뭔지, 편의점 진열대 보는데 할인 상품들이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오는 거야. ‘어? 저거 마트에서 봤던 가격보다 괜찮은데?’ 이러면서 ㅋㅋ. 원래는 그냥 컵라면 하나 후루룩 먹고 말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가성비' 계산이 착착 되는 거야. 결국 도시락 코너에서 제일 푸짐해 보이는 밥이랑 계란말이 세트를 집어 들었지. 가격도 5천 원인가? 요즘 밥값 진짜 미쳤잖아, 밖에서 사 먹으면 만 원은 기본인데 이 정도면 완전 혜자지. 거기에 캔맥주 하나까지 딱 사서 계산하고 나왔어.
편의점 나와서 근처 공원 벤치에 자리 잡았는데, 마침 그 벤치에서 연등회 행사장 쪽이 잘 보이더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도 연등이 워낙 많고 밝아서 공원까지 분위기가 다 전달되는 느낌이었어. 도시락 뚜껑 열고 밥이랑 계란말이 우걱우걱 먹으면서 저 멀리 보이는 연등들을 구경하는데, 와… 진짜 꿀맛이더라. 아침부터 제대로 된 밥도 못 먹고 돌아다녔더니 배고픔이 극에 달해서 그런가? 게다가 시원한 캔맥주까지 한 모금 마시니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어. 그래, 이 맛에 혼자 나와서 돌아다니는 건가 싶기도 하고 ㅋㅋ.
솔직히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연등회 영상 엄청 많이 봤거든. 그때마다 '와, 예쁘다' 하고 감탄하긴 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진짜 분위기가 차원이 다르더라. 수많은 연등이 밤하늘을 수놓고, 은은한 불빛 아래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까지 어우러지니까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었어. 막 감동적이다기보다는, 그냥 '아, 좋다' 이런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 근데 아쉬운 건 발이 너무 아파서 오래 서 있지를 못하겠는 거야. 결국 도시락 다 먹고 한 30분 정도 더 앉아서 구경하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지 ㅠㅠ.
자취생이라 평소에 밥도 대충 때우기 일쑤고, 집에 오면 씻고 바로 뻗기 바쁜데, 오랜만에 이렇게 나와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저렴하게 사 먹으니까 기분 전환 제대로 된 것 같아. 비록 발은 아팠지만, 그래도 덕분에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하루였어. 가끔은 이렇게 소소하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다음번엔 좀 더 일찍 가서 발 아프기 전에 실컷 돌아다녀 봐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