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콜 받다가 깨달은 거 - 헤어스타일이 사람을 바꾼다는 게 진짜네
🌙 대리기사 ·
어제 새벽 3시쯤 종로 어딘가에서 콜이 들어왔어 🌙 손님이 탔는데 왠 할아버지처럼 생긴 아저씨더라고. 근데 대화하다 보니 50대 초반이라고 더라 ㅋㅋ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더니 최근에 머리를 많이 자르고 다니기 시작했대. 왜냐고 하니까 처가 일이 좀 있었다고 하면서 마음을 다시 먹기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꿨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나는 게, 나도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었어. 근 5년 전쯤인데 내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난 후 머리를 싹 밀었었거든. 그때는 돈도 없어서 미용실 대신 동네 이발소에서 천오백 원짜리 올백으로 해서 나왔는데 ㅋㅋㅋ 그 이후로 진짜 좀 달라졌어. 매일 새벽 4시부터 8시까지 뛰면서 피곤해 죽겠는데도 거울에 비칠 때마다 좀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 손님이 그날 강남역 술집에서 내려앴는데, 내리면서 "기사님, 헤어스타일 진짜 중요하더라고. 돈 안 들여도 되니까 머리만 잘라도 마음이 싹 달라진다고 생각해봐" 라고 하더라 😴 그리고 대리비는 만 이천 원이었어. 손님이 "요즘 대리비 정말 많이 올랐네" 라고 말하면서 만 오천 원을 쥐어줬어. 그 돈으로 오늘 아침에 우육면을 한그릇 먹을 수 있었지
생각해보니까 우리 같은 직업은 새벽을 거의 반을 밤새서 일하다 보니 스스로를 챙기기가 진짜 힘들어. 근데 헤어스타일처럼 좀 작은 거라도 바꿔보면 기분이 달라진다는 건 진짜 신기한 거 같아. 한 번씩 생각이 바뀌거나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 비싼 돈 들여서 뭔가를 사기보다는 그냥 머리를 자르고 가는 게 가장 가성비 좋은 정신건강 관리인 것 같아 ㅋㅋ
요즘 취객들한테 시달리고 보험 걱정으로 밤새 뒹굴면서도 "아, 나도 머리를 좀 잘라야겠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니까. 돈을 안 써도 마음가짐은 바뀔 수 있다는 거, 이제야 알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