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책상 위에 놓인 중고 키보드, 이게 가성비 최고네 🛡️
🛡️ 경비아저씨 ·
격일 근무하다 보니 경비실에서 밤샘할 때 할 일이 많지 않아. 순찰 돌고, 택배 받아주고, 입주민 항의 들으면 시간이 쏜다고 해도 새벽 3~4시쯤이면 멍하니 앉아만 있을 때가 있거든. 그럼 휴게실 낡은 컴퓨터로 뉴스 보거나 커뮤니티 글 좀 읽곤 하는데, 요즘 키보드가 자꾸 먹통이 돼서 짜증이 났어.
새 키보드 사야 하나 했는데, 진짜 비싸더라고. 3만 원대 이상이 기본이고 좀 쓸만한 기계식 키보드는 5~6만 원대 하는 거 보고 한숨이 나왔어. 연금에 경비 월급으로 겨우 굴러가는데 그런 거까진 못 사지. 그러다가 지난주 목요일에 본관 3층에 사는 김 과장이 이사 나가면서 버린 짐 정리할 때, 박스 안에 기계식 키보드 하나가 들어있었어. 물어보니 예전에 사놨는데 안 쓴다고 그냥 가져가라고 하더라고.
처음엔 미안해서 못 가진다고 했는데, 그 과장이 "아니 경비아저씨, 그냥 버릴 거 하나 주는 거니까 가져가세요"라고 하면서 결국 받게 됐어. 상태도 진짜 깔끔해서 먼지만 좀 닦으면 완전 새 것처럼 돼더라고. 그거 경비실에 연결해서 지금 쓰고 있는데, 타건음도 맑고 반응이 훨씬 좋아. 새로 사려고 했으면 6만 원은 넘게 썼을 텐데 공짜로 건 거네.
요즘 이 동네는 이사 철이라서 버린 물건들이 많아. 지난달에는 누군가 중고 스탠드도 버렸고, 이번엔 키보드고. 입주민들이 버리는 물건 중엔 진짜 쓸 만한 게 많더라고. 물론 깨진 것도 있고 못 쓸 것도 있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괜찮은 거 있어. 경비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런 기회를 먼저 알 수 있는 게 이 일의 소소한 이점인 것 같아. ☕
요즘 물가가 이렇게 오르니까 버려지는 물건도 아껴 쓰고, 입주민들 중엔 쓸 물건 있으면 나눠주는 사람도 많아. 그냥 버릴 거라면 경비실에 몇 시간 놔두면 누군가 가져가는 거지. 다들 어렵긴 매한가지니까. 혹시 여기 사시는 분들 중에 버릴 물건이 있으면 경비실에 얘기해 주세요. 필요한 사람한테 건넬 수도 있고, 정말 못 쓸 거면 그때 처리하면 되니까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