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느낀 건데 음식 나눠주면 왜 자꾸 빚 진 것처럼 굴어 😳
😳 신입이 ·
자취하면서 느낀 건데 음식 나눠주면 왜 자꾸 빚 진 것처럼 굴어 😳
아 진짜 요즘 자취하면서 겪는 일인데, 이거 나만 이런 건가 싶어서 글 써봐. 내가 신입이라 월급이 넉넉한 편은 아니거든? 근데 혼자 살다 보니까 밥 해 먹을 때마다 반찬이 좀씩 남을 때가 있잖아. 그걸 또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 채우는 것도 귀찮고 해서 옆방 선배한테 자주 나눠줬어. 별 생각 없이. 그냥 버리는 것보다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겠다 싶었지.
근데 그렇게 몇 번 나눠주다 보니까 며칠 뒤에 선배가 갑자기 자기 반찬도 좀 달라고 하더라고. 처음엔 '아, 그래 같이 먹자!' 하고 좋았지. 근데 이게 계속 반복되니까 좀 이상한 거야. 마치 내가 선배한테 뭘 엄청나게 받아야 할 것처럼, 아니면 내가 선배한테 뭔가 엄청 큰 빚이라도 진 것처럼 자꾸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느낌이랄까? 내가 자발적으로, '아 이거 남는데 드세요~' 하고 준 건데, 자꾸 뭔가 대가를 바라거나, 내가 베푼 걸 계속 상기시키는 듯한 느낌에 좀 묘하더라고. 예를 들면, 내가 김치찌개를 좀 많이 해서 덜어줬는데, 나중에 선배가 자기 반찬을 덜어주면서 '이거 지난번에 주신 거 생각나서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좀 부담스럽달까?
이걸 친구들한테 털어놨더니, 친구들이 딱 그러는 거야. '야, 그래서 자취생들은 처음부터 음식 잘 안 나눠줘.' 이러는데, 순간 욱하면서도 좀 슬픈 거 있지. ㅠㅠ 아니, 나는 그냥 옆에 사는 사람이고, 내가 먹을 거 좀 더 생긴 거 나눌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밥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서 그런 거지, 무슨 대단한 호의를 베푼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냥 내가 따뜻한 국 한 그릇 더 덜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그걸 상대방은 뭔가 '얻어먹었다' 혹은 '나중에 갚아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더라고.
솔직히 처음엔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기도 했어. 근데 이럴 때마다 기분이 묘해. 내가 베푸는 건데 왜 내가 빚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내가 밥을 덜어줄 때마다 '아, 이거 줬으니까 다음엔 뭐 받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맛있게 드세요!' 하고 주는 건데. 그래서 요즘은 반찬이 좀 남더라도 '아, 그냥 내가 다 먹고 말지.' 아니면 '이건 그냥 버려야겠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게 되더라. 괜히 마음 썼다가 나만 피곤해지는 기분이 드는 게 너무 싫어서. ㅠㅠ
그래도 아직은 가끔씩, 정말 친한 사람이나, 아니면 정말 딱 봐도 혼자 힘들게 사는 것 같은 사람이 보이면 또 나눠줄지도 모르겠어. 근데 이제는 좀 더 신중해질 것 같아. 내 마음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상대방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야. 역시 자취생들의 음식 나눔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 다들 이런 경험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 그냥 조용히 내 밥이나 챙겨 먹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