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취객이 축구 선수 이적 얘기를 한 40분ㅋㅋ
🌙 대리기사 ·
어제 새벽 2시쯤 강남역 주변에서 픽업한 손님이 있었는데 진짜 황당했어 🚗 40대 중반 아저씨인데 술이 많이 취해있었고 계속 유럽 축구 얘기를 하는 거야. 우리나라 선수가 유럽으로 간다고 뭐라고 했는데 솔직히 반 정도밖에 못 들었지 ㅋㅋㅋ
근데 그 손님이 자꾸 자기 옛날 축구 선수 시절 얘기를 하더라고. 그러면서 "나도 그때 유럽으로 갔으면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라고 한탄하더니 뭔가 자조 섞인 웃음이 나왔어. 새벽 3시까지 뛰어도 대리비가 예전처럼 오르지 않는데 이 분은 축구 선수 꿈을 못 이뤘다고 자책하고 계신 거 같았어. 그러다가 강남역 근처 24시 분식점에 들렀는데 가래떡볶이 한 그릇에 7천 원을 주고도 "이것도 비싸네"라고 중얼거리시더라니까 ㅠㅠ
어쨌든 그분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 게 우리 다 그런 거 같아. 젊을 땐 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40대 넘으면 현실이 맞닥뜨려지잖아. 나도 대리운전 하면서 "이때 다른 일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백 번은 넘지 ㅋㅋ 근데 비용도 못 올린지 한참인데 뭐 후회해봐야지. 그냥 새벽에 지나가는 차들이 많이 나오는 시간에 콜 많이 받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거야 🌙
어쨌든 그 손님은 분식점에서 가래떡볶이랑 떡볶이 한 세트를 시켜 먹었는데 "여기가 강남치고 싼 편이더라"라고 하더라고. 내가 물어보니 비용 정산하고 나면 손가락으로 들 게 없다고 했어. 취한 상태에서도 가성비 따지는 거 보니 우리 다 비슷한 처지구나 싶었어 ㅋㅋ
결국 을지로 근처 주택가에서 내려주고 대리비 받았는데 팁을 안 줬어도 뭐라고 하지 말아야겠더라고. 그냥 새벽에 또 다른 콜이 들어오길 기다리면서 생각해봤어. 유럽으로 가든 강남역에서 분식을 먹든 우리 현실은 비슷한 거 같다는 거. 그날 밤 새벽까지 뛰면서 번 돈으로 아침에 편의점 김밥과 계란말이 한두 개 먹는 게 최고의 호사 같더라니까 😴
